탈시설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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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미진 작성일22-06-02 00:00 조회623회 댓글0건본문
2021년 8월 보건복지부에서 ‘거주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도록’이라는 슬로건으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 안에는 마치 시설은 인권학대와 지역사회단절을 일삼는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것 같았다. 오랜 시간 현장에서 종사한 나로선 패배감을 가지게 하는 지점이었다.
시설의 중증발달장애인들 중 사회적 돌봄이 필요하거나, 가족의 부재, 생계의 문제, 폭력, 학대의 문제 등으로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시설에 입소한다.
시설이 없다면, 어떤 형태로 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일인 가정이 아닌 두 명 이상 누군가 돌봄의 역할을 하고 관리되고 공적자금이 투입된다면 나는 ‘시설’이라 본다. 시설의 형태가 나쁜 것이라 규정하는 것 자체가 오류이다. ‘시설’이라는 나쁜 프레임 때문에 시설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의사표현이 어려운 중증발달장애인의 탈시설 욕구 판단”과 관련해서 미국의 기준을 보면 지역사회 배치에 “적절한지”에서 시설모델이 필요한지 입증하고 진단해야 한다. 그래서 시설보다 지역사회가 더 낫다고 판단한다는 그 전제는 첫 째, 당사자의 치료 전문가들이 지역사회 지원이 적절하다고 결정할 것. 둘째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사는 것을 반대하지 않을 것, 셋째 지역사회에서의 서비스 제공이 다른 유사한 상황의 장애인들과 합리적 균형을 이룰 것이다.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문구에서 “지역사회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다”고 명확히 의사표현을 해야만 거주시설에 남을 수 있고, 의사표현을 못할 경우는 탈시설을 원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여기서 나는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모든 중증장애인에게 획일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역차별이라고 생각한다.
장애로 인해 의사표현이 안돼서, 명확하게 지역사회에서 사는 것을 반대하지 않기 때문에 탈시설을 원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야 말로 정의롭지 못하다고 본다. 탈시설은 느리게라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개인 존재자로 그들에 맞게 판정되고 지원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두 다 탈시설” 또한 차별이다.
탈시설주의자들은 “언제까지 인프라 탓을 할 것이냐”라고 한다. 스웨덴, 핀란드, 미국 등과 같은 복지선진국과 우리는 역사와 환경이 다른데 같은 잣대로 본다.
현재, 우리는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운동시설 조차 방해된다고 이용 제한을 받고 있다. 이런 현실에 지역사회로 나가 주거지원서비스를 받으라니 아이러니하다.
탈시설로드맵을 만들기 전
지역사회 공유시설 만큼은 장애인들이 일정 범위만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되어야 한다. 탈시설 정책이 ‘거주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도록’이라고 규명하기 전에 주거서비스를 위한 지역사회 인식개선과 이용시설 만큼은 확충하는 것 또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활동보조지원사업에 쏟아 붓는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기 전에 보다 철저한 관리체계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대규모거주시설 외 지역사회 안에는 단기거주시설과 공동생활가정이 있다. 우리기관은 두 시설 모두 마련되어 있다. ‘단기거주시설’이라는 명칭 때문에 장기로 이용하시는 분들을 6개월 마다 자치구에 재 신고를 해야 한다.
단기거주시설이 단기이용이 아닌 장기이용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역사회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시설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긴급이나 학대로 이용하는 당사자가 다른 거처로 옮겨갈 곳이 없는 이유도 하나다.
지역사회단기거주시설은 전국 153개소가 있다. 그중 86% 이상이 장기거주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가정에서 돌볼 수 없는 이유가 있거나, 너무 장애정도가 심하거나 가정폭력 또는 학대 등으로 이용하시는 분들이다. 그러나 대부분 이용당사자들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중증발달장애인들이다. 단기거주시설은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그 구성원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보호자와 당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보호자 입장에서도 내 자녀 또는 형제자매를 멀리 있는 거주시설로 떨어뜨려 놓는 것이 아니라
살아 왔던 지역에서 가깝고 친숙한 동네에 위치한 시설을 선택하는 것이 마음 놓일 것이다.
이처럼 단기거주시설은
친숙한 지역사회 안에서 소규모거주시설로 자리 잡고 있다. 주거 형태도 가정과 같은 환경이며 일상에서 사회복지사의 개별서비스와 여가 및 재활서비스를 지원받고 있다. 올해 우리는 pcp(사람중심계획)를 통해 당사자들의 행복한 삶을 지향하여 지원 방법을 수정하였다. 이들의 꿈과 희망에 다다르기 위해 서비스 방법을 개인에게 집중하고 있다.
탈시설 정책의 주거지원 사업이 최중증발달장애인에게는 아직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서비스를 수정한다고 한다. 준비되지 않은 중증발달장애인에게 주거서비스가 오히려 지역사회와 고립과 분리를 시켰고, 하루 종일 좁은 공간에서 활동보조인과 생활해야했다.
탈시설로드맵은 현실에 대한 이해가 낮은 정책이다. 그 정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시설보호자, 당사자, 시설종사자 등 문제의 중심인 이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장애인단체, 인권단체, 부모연대, 주거지원 사업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만 있을 뿐이다.
탈시설을 위한 정책이라면, 그리고 그 정책이 당사자들의 삶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라면 당사자의 의견 정도는 청취했어야 한다.
2024년까지 단기거주시설 또한 운영점검을 통해 기능의 정상화를 한다고 한다. 원래의 취지와 목적이라면 모든 이용자들은 6개월 이상 이용을 할 수 없다. 전국의 86% 이상이 장기거주이용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부터 고민해야 한다. 기능의 정상화란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정상화이다. 과연 이들 모두 돌아갈 곳이 마련되어 있을까 싶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을 위해 마련된 곳은 없다. 요즘 나는 온 몸으로 현실자각의 아픔을 경험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함께 했던 이들과 흩어지지 않고 지역사회 소규모거주시설 형태로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탈시설 정책의 바탕인 인권적이고, 인본주의에 맞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참으로 잔혹하다.